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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사람

소주한잔1 2016. 2. 8. 12:05









김재진, 오지 않는 사람




저만치 오는 사람을 보고 당신인 줄 알았습니다

뒤집을 수 없는 결과를 낳은 우연이

필연이라 불리듯

당신은 내게 뒤집을 수 없는 필연입니다

당신

어디가 있어도 내가 찾아내고 말던 당신

당신 기다리는 마음 초조하게 시계를 보고

당신 웃는 모습 떠오르는 순간 내 마음

대번에 따뜻해집니다

불 꺼져도 당신은 내게 환한 대낮입니다

만지면 김 서리는 찻잔입니다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고 믿었던

모르는 날의 미숙한 사랑

삶은 그러나

아무 것도 가지지못한 사랑을 무너지게 했습니다

죄 없는 세월만 강처럼 흘러

당신은 내 맘 속에

잔물결 하나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간 뒤에야 알았습니다

뒤집을 수 없는 결과도 뒤집힐 수 있다는

시시한 사실 하나를 나는

세월 흐른 뒤에야 알았습니다

모든 만남이 이별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당신과 헤어진 뒤에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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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등켜 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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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하, 누구나 살면서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지독한 사랑을 하고

한 번쯤 이별을 하고

한 번쯤은 죽음을 생각하고

그리고 한 번쯤은 그리움과 이별한다

감정이 증폭될 때마다 누르고 눌러

어찌할 줄 모르고 까매지는 눈망울

저물녘이면 가슴 밑까지 우울함이 메워

너른 세상 잠시 스치고 지나는

한줄기 바람이 차다

담담한 고요와 눈먼 물고기

젖은 날개 펴지 못하여 웅크리고 있을 물새

풀벌레 울다 지쳐 가랑대는 풀숲

하얀 눈꽃 바래가는 갈대의 흐느낌

세월은 좀먹고 햇볕이 창문을 두드린다

새벽 덜 깬 잠속에서 마신 커피가

그윽한 향기로 번져나도록

깍지 낀 손 한껏 올려 기지개를 켜며

목젖 보이게 긴 하품을 느리게 하고

여전히 안개가 산발한 강 쪽을 바라본다

누구나 살면서

아픔을 알고 성숙해지지만

누구나 살면서

이별보다 더 아픈 사랑을 알지 못한다

사랑이 가장 아픈 일임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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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숙, 달콤한 슬픔




아플 때는 누가 내 이마를 가만히 짚어주었으면

앓느라 뒤엉킨 마음을 감겨주고

방금 딴 솔빗으로 푸르게 빗겨주었으면

낯선 곳에 혼자 떨어져 우는 아이 달래듯

훌쩍 훌쩍 자라는 어깨를 안아주었으면

붉은 앵두 간곡하게 매달린 가지 꺽어다가

마른 입술을 달게 적셔주었으면

그랬으면 아플 때는 그랬으면

다시 너를 기다리는 일도 없이

너로 인해 들끊이는 이마를 견뎌야 하는 일도 없이

울음 첩첩 쌓인 통증을 열어 갈피갈피 만져주었으면

한 생 탕진하다 돌아온 사람에게

더운 밥 지어 올리는 우둔한 아낙처럼

말없이 가만 들여다봐 주었으면

그랬으면

꼬박 열흘을 앓고 핼쑥한 웃음을 일으키면

다시 무너지지 않게 누가

내 슬픔의 이마를 달콤하게 짚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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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아, 나 또한 당신에게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어도

벽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 보았는데도

편안한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으로 다가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느낌은 퇴색되어

멀어지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치는 인연이라 생각했지만

알면 알수록

좋은 느낌으로 남아

마음을 열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처음 내게 왔던 그 모습처럼

늘 한결같은 당신

나 또한 당신에게

느낌이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